그랜드 투어 시절 전형적인 일정은 놀랍게도 오늘날 첫 서유럽 여행자들의 일정과 일치한다. 런던에서 파리로 가서 알프스를 넘어 북이탈리아로 진입하여 로마까지 가는 것이다. 로마와 피렌체는 그랜드 투어의 종착지이자 최대의 목적지였다. 그랜드 투어 시절과 오늘날의 관광객의 시선이 달랐던 점은 알프스를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오늘날 관광객은 알프스를 넘으면서 반드시 인터라켄(융프라우요흐), 체르마트(마테호른), 엔겔베르크(티틀리스) 등을 거쳐간다. 하지만 그랜드 투어 시절 귀족들에게 알프스는 그저 귀찮고 험난한 길일 뿐이었다.

몽스니 고개


그랜드 투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몽스니 고개의 전경. 오늘날 프랑스 샹베리 쪽에서 접근해서 이탈리아 토리노 근처 수사 계곡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이 멋진 풍광을 그저 힘든 통행로로만 여겼다는 것이 현대인이 보기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지금은 주변에 터널이 많이 생겨서 교통로로서 역할은 사실상 사라졌고, 접근성과 풍광이 좋은 다른 고개들이 많아서 관광지로서도 크게 주목 받는 곳은 아니다. 이 수업을 들은 학생이라면 과거 귀족들이 다녔을 것을 상상하면서 고개길을 넘어보면 남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8세기 서양 화가들은 산에서 새로운 미감을 발견하였다. 윌슨의 그림은 1760년대 웨일스 산악 풍경이다. 그림 속에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매우 작게 묘사되었다. 거칠고 황량한 산악 지형 자체를 미적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순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picturesque는 폐허, 사람, 강, 산이 어우러진 좋은 풍경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변화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산악 지형에 대한 미감의 탄생


Richard Wilson (1774), Llyn-y-cau, Cader Idris, Tate Britain

리처드 윌슨은 아일랜드 출신의 화가이다. 주로 런던과 이탈리아에서 활동했지만 조국 아일랜드의 자연풍경 그림도 여럿 남겼다.

“picturesque”는 19세기 낭만주의 시대가 되자 광대한 자연 앞에서 느끼는 경외, 두려움, 매혹을 동시에 느끼는 “숭고미(sublime)“로 발전하였다.

숭고미의 대표작


Caspar David Friedrich (1818), Der Wanderer über dem Nebelmeer, Hamburger Kunsthalle

사람이 산 꼭대기에 서서 무한히 펼쳐진 대자연을 바라보는 이 그림은 독일 낭만주의와 아름다움과 경외가 섞인 숭고미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여겨진다.

숭고미를 발견한 영국인들은 스위스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1863년 마테호른을 조망하는 신사 숙녀들

영국인들이 스위스로 몰려들자 스위스에서는 리조트 개발붐이 일어난다. 베르너 오버란트, 체르마트, 샤스페, 뢰커바트, 벨알프, 리더알프, 필라투스, 슈탄저호른, 생모리츠, 다보스, 아로사, 그슈타트, 엥겔베르크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스위스 산악 리조트들은 1차 대전 이전 개발된 것들이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교통수단인 기차가 산 위까지 승객들을 실어나르자 산악 관광은 모험가나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닌 중산층까지도 즐길 수 있는 것이 된다.

1880년 리기산 정상


루체른호를 바라보는 리기산은 루체른, 취리히라는 스위스 대도시와 가까운데다 풍광이 뛰어나서 가장 먼저 관광자원으로 개발되었다.

오늘 날의 리기 철도


오늘날 리기철도는 당연히 전기로 움직이지만 여전히 관광용으로 증기기관차를 특별 운행한다.

벵에른알프 철도의 개통


1893년에는 알프스 산악지대 깊숙히 관광 철도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벵에른알프 철도는 지금도 융프라우 지역의 핵심 교통수단이다. 정장과 드레스 차림으로 기차를 타고 고도 2000 미터 산악지대로 들어서면 압도적인 융프라우 산군을 마주할 수 있었다.

몽트뢰 전경


레만호의 서쪽 끝에는 제네바가 있고, 동쪽으로 로잔, 브베, 몽트뢰가 이어진다. 건너편은 프랑스인데 몽블랑 산군이 펼쳐져 거대한 호수와 함께 압도적인 풍광을 만들어낸다. 로잔과 브베 사이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등록된 유명한 라보 포도밭이 펼쳐져 또 하나의 장관을 연출한다. 19세기 이전 라보 포도밭 마을 중 하나에 불과했던 몽트뢰는 유럽 최고의 휴양지로 개발되었다.

몽트뢰 팰리스 호텔


레만호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몽트뢰를 대표하는 팰리스 호텔은 1905년에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