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벡퍼드의 그랜드 투어 경로
윌리엄 벡퍼드(William Beckford)는 1780년 그랜드 투어를 다녀와서 여행기를 남긴 유명인 중 한 명이다. 벡퍼드는 귀족은 아니지만 집안은 식민지 경영과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하여 몇 대에 걸쳐서 신분상승을 이룩한 명문가였다. 벡퍼드 스스로가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이지만 그의 그랜드 투어 경로 역시 이전 세대와는 다른 점을 보여준다.
윌리엄 벡퍼드의 그랜드 투어 경로는 파리를 거쳐 몽스니 고개를 넘는 당시 일반적인 경로를 따르지 않고 저지대에서 라인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바이에른으로 간 후 인스부르크를 거쳐서 브레너 고개를 넘은 것을 알 수 있다. 브레너 고개는 중세부터 사용된 주요 통상로이긴 하지만 당시 일반적인 그랜드 투어의 경로는 아니었다.
Beckford는 작가답게 자세한 여행기를 남겼는데 라인강변의 여러 곳을 “그림같다(picturesque)“고 표현하였다. 이 시대 사람들은 단순히 학문, 교양의 측면이 아니라 풍경 감상을 여행의 목적으로 삼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Picturesque” 미감은 18세기에 독자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었고 영국인들은 그림에나 나올법한 그 풍경을 찾아 여행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뒤에서 설명한 숭고미(sublime)로 이어졌고 20세기의 “엽서(post card)” 같은 명소, 21세기의 “instagramable”한 명소로 이어졌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벡퍼드의 그랜드 투어는 여행이 계몽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Picturesque의 원형
Claude Lorrain, (1639) The Roman Campagna, Metropolitan Museum of Art클로드 로랭, 푸생 등은 나무, 건물이나 폐허, 사람, 강 그리고 원경에 들판과 산을 무대처럼 배치하는 전형적인 풍경화를 그렸다. 18세기 여행자들은 Claude의 그림과 같은 풍경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